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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악의 씨앗: 불합리한 시스템과 부조리]

서울의 그림자 속에서. 악은 언제나 진화했다. 단순한 폭력이나, 눈에 보이는 범죄를 넘어선. 시스템을 교묘히 이용하고 법의 맹점을 비웃는 새로운 형태의 부조리들. 그것들은 더욱 교활하고, 더욱 은밀하게 도시의 심장을 갉아먹고 있었다.

사람들은 말했다. "세상이 원래 그래." "뭘 해도 안 돼." "어차피 강자가 이기게 되어 있어." 체념의 언어들이 악의 씨앗을 더욱 비옥하게 만들었다. 정의는 흔들리고, 진실은 왜곡되었다. 오직 강자만이 살아남는 정글의 법칙이 득세했다.

그중 하나. 대기업 '코스모스 홀딩스'. 겉으로는 혁신적인 기술을 내세워 찬사를 받는 거대 기업이었다. 청년들에게는 꿈의 직장. 주식 시장에서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 그러나 그 내면은 썩어 있었다.

이들은 불법적인 이능력 기술을 암암리에 거래하고 있었다. 강력한 이능력을 가진 자들을 포섭하여 경쟁 기업의 기밀을 탈취하고, 정부의 허점을 이용해 독과점적 지위를 구축했다. 수많은 중소기업들은 그들의 막대한 자본과 이능력적 압박 앞에 무릎 꿇었다. 일방적인 계약 해지, 기술 탈취, 불법적 시장 잠식. 피해자들은 속수무책이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소송을 걸어봤자. 막대한 자금력으로 법망을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그들의 뒤에는 늘 권력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기업의 수뇌부는 비웃었다. "법? 그건 가난한 자들을 위한 사치일 뿐이야." 그들의 웃음소리가 억울하게 파산한 사람들의 피눈물 위로 울려 퍼졌다.

뉴스에서는 연일 '코스모스 홀딩스의 빛나는 사회 공헌'만을 보도했다. 최고 경영자의 자선 사업. 고아원 방문. 아프리카 빈민 구제. 환상적인 이미지의 베일 뒤에 숨겨진 추악한 진실. 그것이 이 시대의 '악'이었다. 도덕과 정의는 그저 포장지일 뿐이었다.

또 다른 곳. 번화한 거리 한복판에 위치한 유명 사설 도박장 '네뷸라'. 겉으로는 평범한 오락실처럼 보였지만 지하 깊숙한 곳에는 수많은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지옥이 펼쳐져 있었다.

이곳은 단순한 도박장이 아니었다. 이능력을 이용한 사기 도박의 온상이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이능력자, 상대방의 패를 읽어내는 이능력자, 심지어는 행운을 조작하는 이능력자까지. 조직은 이들을 이용해 도박에 중독된 사람들의 재산을 한 푼도 남기지 않고 갈취했다. 자살하는 이들, 가정을 파탄 내는 이들, 모든 것을 잃고 피폐해진 영혼들의 울음소리가 네뷸라의 지하에 가득했다.

이곳의 운영자 '김건'은 수년째 이 일을 해오고 있었다. 그의 뒤에는 경찰 고위 간부들의 든든한 비호가 있었다. 수사에 착수하려 해도 증거는 번번이 사라졌고, 내부 고발자들은 의문의 사고를 당하거나 어딘가로 자취를 감췄다. 이능력을 가진 조직원들은 감히 누구도 그들을 건드리지 못하게 했다. 도박에 미쳐 재산을 탕진한 사람들은 더 이상 사회에서 아무런 목소리도 낼 수 없었다. 법의 심판을 받기는커녕, 김건은 오히려 거액의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으며 버젓이 사회 활동을 이어갔다. 세상은 이를 '자유 시장 경제의 원리'라고 포장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초월한. 가장 역겨운 형태의 악은. 언론을 장악한 거대 미디어 그룹이었다. '세븐 스타즈 미디어'. 이들은 정보와 여론을 자유자재로 조작했다. 진실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직 자신들의 이익과 원하는 바를 위해 사실을 왜곡하고,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는 죄를 덮었다.

이들은 이능력자들까지 동원했다. 사람들의 감정을 조작하는 '공감 조작' 이능력자, 특정 정보를 대중의 뇌리에 각인시키는 '기억 주입' 이능력자. 이들을 통해 뉴스를 조작하고, 특정 인물을 매장하고, 여론을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유도했다. 대중은 영문도 모른 채 그들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났다.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리고 그들의 생각을 조종하는 행위. 이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장 근본적인 뿌리를 흔드는 악이었다.

최근, '세븐 스타즈 미디어'는 코스모스 홀딩스의 불법적인 행위를 덮는 대가로 천문학적인 자금을 지원받았다. 동시에 네뷸라의 도박장 실태를 고발하려던 작은 탐사 보도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그들을 사회적으로 매장시켰다. 탐사 보도팀의 리더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하지만 뉴스에는 '가족 문제로 인한 극단적 선택'이라는 거짓 보도만이 흘러나올 뿐이었다.

심판자는 이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도시의 가장 높은 빌딩. 그 꼭대기에서 그는 차가운 눈으로 서울의 모든 악행을 꿰뚫었다. 하나하나의 사건. 그 속에 얽힌 부조리한 시스템과 인간의 추악한 욕망. 피해자들의 절규. 그리고 악인들의 오만.

그는 보았다. 코스모스 홀딩스의 최고 경영자가 자선 파티에서 위선적인 미소를 짓는 모습. 네뷸라의 김건이 새로운 고급 차량을 타고 환락가를 드나드는 모습. 세븐 스타즈 미디어의 사장이 새빨간 거짓말을 늘어놓는 모습.

그들의 심장 속에는 오만한 죄악이 단단히 박혀 있었다. 그 어떤 양심도, 그 어떤 후회도 없는. 오직 자신만의 안위와 탐욕만을 좇는 천박하고 더러운 심장.

악은 너무나 교묘하게 숨어 있었다. 법의 이름으로. 자유의 이름으로. 사회의 구조 안에서 합법적인 가면을 쓰고 번성했다. 보통의 정의로운 자들은 그 거대한 시스템의 벽 앞에서 좌절하거나, 타협하거나, 혹은 죽어갔다.

하지만 심판자는 달랐다. 그에게는 법도, 시스템도, 사회적 통념도 아무런 의미 없었다. 오직 악의 존재 유무만이 중요했다. 악을 발견하면. 그는 심판한다. 그 어떤 망설임도 없이. 그 어떤 자비도 없이. 완벽하게. 멸살한다.

하늘은 아직 침묵했지만. 심판자의 검은 코트는 이미 밤의 그림자를 밟으며 움직였다. 정화의 시간은 다가오고 있었다. 악의 씨앗이 더는 번성하지 못하도록. 완벽한 심판자의 칼날이 다시 빛을 발할 준비를 마쳤다. 서울의 밤은 길고. 악인들의 시간은. 더욱 짧아질 것이었다.

도시의 깊은 곳. 어둠은 단순히 물리적인 현상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간의 탐욕과 위선이 빚어낸 추악한 그림자였다. 코스모스 홀딩스의 검은 거래, 네뷸라의 영혼 갈취, 세븐 스타즈 미디어의 진실 왜곡. 이 모든 것들은 거대한 거미줄처럼 얽혀 사회 전반을 오염시키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역겹게 번져나가는 것은 바로 '희망 착취'였다. 절박한 사람들의 간절함을 먹고 자라는 악. 취업 사기와, 투자 사기, 그리고 기만을 통한 종교적 착취까지. 그들은 사회의 가장 연약한 고리를 노렸다.

'희망 컨설팅 협회'. 겉으로는 취약 계층의 취업을 돕는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실상은 달랐다. 취업이 절박한 청년들을 유인해 수백만 원의 '컨설팅 비용'을 갈취하고, 결국 아무런 직업도 주지 않은 채 내팽개치는 신종 사기 조직이었다. 이들은 이능력자들을 동원했다. '미래를 보는 이능력자'를 내세워 취업할 회사를 미리 '예언'해주거나, '성공적인 면접'을 위한 환각을 심었다. 절박한 사람들은 그들의 거짓된 이능력에 속아 넘어가 전 재산을 잃고 다시 절망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번번이 증거 부족으로 수사는 지지부진했다. 조직의 우두머리 '박선우'는 지방의 작은 마을 유지이자 오랫동안 사회 사업가로 위장해왔기에 지역 사회의 지지와 언론의 칭송을 받았다. 그의 뒤에는 부패한 정치인의 묵인과 비호가 있었다.

피해자 중 한 명. 대학을 졸업하고 2년째 백수였던 '김도윤'은 희망 컨설팅 협회에 마지막 희망을 걸었다. 그는 가족의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장남이었다. 협회는 그에게 거액의 수수료를 요구했고, 도윤은 빚까지 내가며 그 돈을 마련했다. 그들의 '이능력자'는 도윤에게 "당신은 곧 대기업에 입사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했다. 환각에 가까운 면접 시뮬레이션으로 도윤은 완벽한 미래를 보았다. 하지만 그것은 모두 허상이었다. 면접 날짜는 계속 미뤄졌고, 연락은 끊겼다. 그가 다시 협회를 찾아갔을 때, 그곳은 이미 텅 비어 있었다. 도윤은 자신이 속았음을 깨달았다. 빚은 쌓여갔고, 가족의 실망은 깊어졌다. 그는 결국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서에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서'라는 절망적인 문구만이 남아 있었다.

도윤만이 아니었다. 수많은 김도윤들이 희망이라는 미끼에 걸려 마지막 남은 영혼까지 갈취당하고 있었다. 그들은 절규했다. 하지만 아무도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세상의 불합리한 시스템은 강자에게는 비호가 되고, 약자에게는 올가미가 되었다.

또 다른 악. 온라인 세상은 더 이상 안전지대가 아니었다. '다크 엔젤스'. 이들은 익명의 뒤에 숨어 가장 추악한 형태로 사람들을 괴롭혔다. 악성 댓글, 가짜 뉴스 유포, 사이버 스토킹, 그리고 개인 정보 유출. 그들의 목적은 단순한 재미나 이익이 아니었다. 오직 '파괴' 그 자체였다. 사람의 명예를 짓밟고, 가정을 파탄 내고, 삶을 송두리째 무너뜨리는 것.

다크 엔젤스는 이능력자들을 이용했다. '정보 왜곡' 이능력자. '심리 조작' 이능력자. 특정 대상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빠르게 확산시키고, 대상자의 심리 상태를 불안정하게 만들어 결국 스스로 무너지게 만들었다. 이들은 돈을 받고 움직이기도 했지만, 때로는 그저 재미삼아, 자신들이 신이라고 생각하는 오만함으로 타인의 인생을 망가뜨렸다.

가장 최근의 희생자는 성실하게 음식점을 운영하던 '강혜인'이었다. 그녀는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후 유명세를 얻었지만, 동시에 다크 엔젤스의 표적이 되었다. 아무런 근거 없는 비난과 욕설이 쏟아졌다. 심지어 음식에서 바퀴벌레가 나왔다는 조작된 사진과 가짜 뉴스가 유포되었다. 그녀의 개인 정보가 인터넷에 뿌려지고, 가족까지 협박을 당했다. 가게는 문을 닫았고, 그녀는 세상과 단절되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익명의 뒤에 숨은 다크 엔젤스를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그들은 마치 유령처럼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강혜인은 폐인처럼 변해갔다. 정신과 치료를 받아도 나아지지 않았다. 온라인이라는 거대한 익명의 공간 속에서 그녀는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쉽게 말했다. "악플을 신경 쓰지 마." "관심을 주지 않으면 돼." 하지만 그 말들은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킬 뿐이었다. 다크 엔젤스의 악행은 익명성이라는 가면 뒤에서 더욱더 대담해졌다. 온라인 법망의 허술함은 그들에게 면죄부를 주었다. 이것 역시 시스템의 부조리가 만들어낸 또 다른 형태의 악이었다.

도시의 그림자 아래. 깊은 심연 속에서 악의 씨앗들은 맹렬하게 뿌리내리고 있었다. 사람들은 절망했고, 체념했다. 불합리한 시스템은 이미 거대한 벽이 되어 있었다. 그 벽을 허물기 위해 보통의 정의로는 역부족이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꿰뚫어보는 눈이 있었다. 서울의 가장 높은 곳. 혹은 가장 깊은 어둠 속. 그는 언제나 그곳에 있었다. 이능의 심판자. 그에게는 어떤 악도 숨을 수 없었다.

'희망 컨설팅 협회'의 박선우. 그의 번지르르한 미소 속에 숨겨진 탐욕스러운 욕망. '다크 엔젤스'의 익명 뒤에 숨은 비열한 파괴 욕구. 모든 악의 파장은 심판자의 절대적인 감지망에 포착되었다. 그의 시선이 머무는 곳. 그곳의 악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었다.

심판자는 생각하지 않았다. 단지 인식할 뿐이었다. 악의 존재를. 그것이 얼마나 교묘하게 숨어 있든, 얼마나 견고한 시스템의 비호를 받고 있든. 그의 눈에는 그 모든 것이 부서져야 할 대상일 뿐이었다.

그의 심판은 때로는 물리적인 파괴를 통해. 때로는 보이지 않는 힘으로. 악의 근원 자체를 소멸시켰다. 그에게는 망설임이나 감정 낭비가 없었다. 오직 효율적이고 완벽한 멸살만이 존재할 뿐.

서울의 밤은 깊어가고. 악인들은 자신들이 저지른 죄 위에서 아무것도 모른 채 단잠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그 단잠은 이제 곧 영원한 악몽으로 변할 참이었다. 심판자의 발걸음은 이미 그들을 향하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그의 검은 코트 자락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새로운 심판의 서곡이 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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