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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장. [악의 씨앗: 불합리한 시스템과 부조리] 

악은 쉬지 않았다. 도시는 깨어 있는 모든 순간, 새로운 형태로 변모하며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해나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처럼, 사회의 가장 깊은 곳부터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썩어들어가고 있었다.

'정의 재단'. 이름만 들으면 세상의 모든 부조리에 맞서는 선량한 단체 같았다. 그러나 이곳은 은밀하게 이뤄지는 정치인의 검은 돈 세탁장이자, 권력층 자녀들의 병역 면제와 불법적인 입학을 주선하는 위선의 온상이었다. 명문대 총장, 국회의원, 고위 공직자들. 이들은 자신의 자녀들이 특정 이능력 관련 부서에서 복무했다고 위장하거나, 아예 '특정 이능력 발현 억제 장애' 진단서를 끊어 병역을 면제받게 했다. 그 자녀들은 실질적인 이능력이 없음에도 사회 고위층의 자리를 차지하며 자신들의 부모의 비리를 답습했다.

이 재단의 뒤에는 '진실 은폐' 이능력을 가진 자가 있었다. 이능력은 단순한 기억 조작을 넘어, 대규모 집단의 특정 사실에 대한 인지를 일시적으로 지우거나 왜곡하는 것이었다. 수많은 특혜 비리들이 불거져 나올 뻔했지만, 이 이능력자의 개입으로 모든 증거와 증언은 안개처럼 사라졌다. 사람들은 금세 잊었고, 진실은 다시 어둠 속에 묻혔다.

억울하게 병역의 의무를 이행한 평범한 청년들은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렸다. 밤낮없이 공부해 명문대에 합격했음에도, 돈과 빽으로 들어온 금수저들에게 밀려나 낙오하는 청년들도 부지기수였다. 정의는 이미 그들에게 닿지 않는 곳에 있었다. 노력은 허무한 것이 되었고, 절망은 만연했다.

또 다른 추악한 그림자. '생명 과학 연구원'. 국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는 이곳은 인류의 미래를 책임질 생명 연장 기술을 연구한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그들의 실제 연구 대상은 오직 '특정 이능력 발현 유전자'였다. 즉, 더욱 강력하고 통제 불가능한 이능력자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실험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실험 대상은 고아원이나 보육원에서 빼돌려진 어린아이들이었다. 아직 이능력이 발현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인위적으로 이능력을 주입하고, 그 과정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고통 속에서 죽어갔다. 생존자들은 기형적인 이능력을 얻거나, 극심한 정신적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갔다. 그들은 연구원들의 '연구 자료'일 뿐이었다.

이 연구원의 원장 '강혁준'은 노벨상 후보에까지 오를 정도로 세계적인 석학으로 인정받았다. 그의 연구는 '인류의 영원한 젊음'이라는 미명 아래 찬사받았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목적은 강력한 이능력 군대를 만들고, 그것을 권력층에 팔아넘겨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었다. 그는 자신의 추악한 실험을 감추기 위해 '진실 은폐' 이능력자뿐만 아니라, '심리 조작' 이능력자를 동원해 내부 고발자의 증언을 무력화시켰다.

생명 과학 연구원의 아이들은 어떤 법의 보호도 받지 못했다. 그들은 사회의 가장 낮은 곳, 누구도 관심 갖지 않는 곳에 존재했기에 그들의 비명은 쉽게 묻혔다. 인간의 생명을 돈과 권력을 위한 도구로 삼는 악. 가장 순수하고 무고한 생명을 짓밟는 용서할 수 없는 죄악이었다.

악인들은 자신들의 죄를 '시대의 흐름', '불가피한 선택', '국가 발전'이라는 거창한 명목으로 포장했다. 이능력 시대가 열리면서 기존의 도덕과 윤리관은 낡은 것으로 치부되었다. 돈과 힘, 이능력만이 세상을 움직이는 절대적인 가치가 되었다. 인간성은 퇴색했고, 야만성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

도시는 번화했지만 그 속에서 수많은 영혼들이 피폐해져 죽어가고 있었다. 악인들은 자신들이 축적한 부를 통해 호화로운 삶을 누렸다. 매일 밤 이어지는 파티와 향락. 그들은 자신들의 죄 위에 아무런 가책 없이 춤을 추었다.

이들의 오만은 하늘을 찔렀다. 정의 재단의 대표, 국회의원 박영규는 최근 자신의 자녀가 명문대에 부정 입학했음에도 당당히 대국민 기자회견을 열었다. "제 자녀는 온전히 자신의 실력으로 합격했습니다. 이 모든 루머는 저를 음해하려는 불순한 세력의 조작입니다." 그의 눈빛에는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대중은 그의 말을 믿는 듯 보였다. 이미 그들 중 상당수는 진실 은폐 이능력자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하려 해도 그 목소리는 곧바로 묻히고 말았다.

생명 과학 연구원의 강혁준 원장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자신의 연구가 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을 역설했다. "저는 인류의 미래를 위한 연구를 합니다. 어린아이들이 위험하다는 주장은 악의적인 비방이며, 미개한 상상력에서 비롯된 모함일 뿐입니다!" 그는 열변을 토했고, 수많은 과학자와 권력자들이 그를 지지했다. 뒤에서 아이들의 비명을 들었던 몇몇 내부 고발자들은 두려움에 떨며 침묵했다. 이미 가족이 협박을 당하거나 불의의 사고를 당한 후였다.

골든 게이트 로펌의 정우성 변호사는 이런 모든 악인들의 완벽한 변호인이었다. 그의 능력은 단순히 법률 지식을 넘어섰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증거를 만들어내고, 불리한 증거를 삭제하며, 판사와 배심원의 심리를 조작했다. 그는 재판을 하나의 연극처럼 만들었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시나리오를 쓰고, 배우들을 조종하고, 관객들의 반응까지 유도했다. 그의 변론 앞에서는 그 어떤 명백한 죄도 무죄로 둔갑하거나, 극도로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법은 더 이상 정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직 돈과 권력자의 탈법을 위한 장치가 되어버렸다.

이능력자 관리국의 부국장 김철수는 심판자를 '최고 등급의 위험인물'로 지정했다. "그는 법과 질서를 무시하고 개인의 힘으로 단죄를 자행합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이며, 더 이상 용납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그를 반드시 제거할 것입니다!" 그는 매일같이 브리핑을 열어 심판자를 향한 대중의 공포심을 자극했다. 자신들이 지키는 법이 사실은 불의를 옹호하고 있음을 필사적으로 은폐하려 했다.

이 모든 악행은 겉으로 보기엔 개별적이었다. 하지만 심판자의 눈에는 그 모든 것들이 하나의 거대한 거미줄처럼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권력의 부패, 자본의 탐욕, 이능력의 악용, 그리고 사회 시스템의 맹점. 이것들이 뒤섞여 인간의 존엄을 짓밟고 정의를 농락하는 거대한 괴물을 만들고 있었다.

그 괴물은 너무나 강력해서 보통의 방법으로는 절대 쓰러뜨릴 수 없었다. 항의는 무시당했고, 고발은 묵살당했다. 법은 악인들의 방패였고, 언론은 그들의 입이었다. 경찰은 무력했고, 시민들은 절망했다.

이 사회에는 법도, 정의도 아닌, 오직 '힘'만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힘은 완벽하고 압도적이어야 했다. 어떤 타협도, 어떤 동요도, 어떤 인간적인 고뇌도 없이. 오직 '악의 멸살'만을 추구하는 절대적인 힘. 그것이 바로 심판자의 존재 이유였다.

서울의 밤은 검게 물들었다. 악인들은 오늘 밤도 자신들의 안락한 잠자리에서 죄의 무게조차 느끼지 못한 채 달콤한 꿈을 꾸고 있었다. 그들은 몰랐다. 자신들이 만들어낸 그 어둠 속에서. 모든 악을 집어삼키려는 하나의 그림자가. 자신들의 숨통을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것을. 심판자의 발소리는 그들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의 심판은 이미 시작되었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이제. 거의 없었다.

서울의 악은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끊임없이 번식하고 진화했다. 단순히 돈과 권력을 넘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유린했다. 도시는 겉으로 번쩍였으나, 그 속은 곪아 터지고 있었다.

'공공 주택 관리 공사'. 시민들의 주거 안정을 책임져야 할 이곳은 사실 거대한 비리의 온상이었다. 재개발 구역의 정보를 미리 빼돌려 자신들의 이름으로 땅을 매입하거나. 낡은 주택을 일부러 붕괴 위기로 몰아 철거 사업을 벌여 거액의 리베이트를 챙겼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갈 곳 없는 세입자와 원주민에게 돌아갔다.

공사 이사 '박원식'은 이 비리의 중심이었다. 그는 '환상 심기' 이능력자를 고용했다. 세입자들이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도록. 이주 대책이나 보상 문제에 대해 자신들에게 유리한 환상을 심고 현실을 외면하게 만들었다. 어떤 노부부는 평생을 살았던 집을 강제로 빼앗기고도 "새 아파트에 입주할 수 있다"는 환상에 젖어 오히려 자신들이 잘되고 있다며 기뻐했다. 환상이 깨지는 순간. 그들에게 남은 것은 싸늘한 겨울 거리뿐이었다.

공공 주택 관리 공사의 비리는 경찰, 지자체, 그리고 지역 토착 세력과 깊숙이 결탁되어 있었다. 시위를 벌이는 원주민들은 폭력배에게 폭행당하거나. 이능력자들에 의해 무자비하게 진압당했다. 그들은 삶의 터전을 잃고 가족이 뿔뿔이 흩어져도 아무런 보호도 받지 못했다. 정의는 언제나 개발과 성장이라는 이름 아래 무참히 짓밟혔다. 누구도 그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국가는 이들을 보호하기는커녕. 오히려 악인들의 편에 서서 가장 연약한 이들을 압박했다.

또 다른 치명적인 악. '생체 의학 기업, 바이오 헬스'. 이들은 인간의 건강과 생명을 담보로 추악한 이득을 취했다. 효과 없는 약을 특효약으로 둔갑시키고. 부작용이 심각한 치료법을 희귀병 환자들에게 강요했다. 병을 고치려는 사람들의 절박한 심정을 이용해 막대한 이윤을 챙겼다.

바이오 헬스의 최고 연구 책임자 '이재훈'은 이능력자들을 동원해 환자들의 증상을 조작했다. '질병 위장' 이능력자: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질병을 환자에게 '진단'시키거나, 경미한 증상을 치명적인 질병으로 위장. '증상 발현' 이능력자: 효과 없는 약을 먹어도 마치 치료되는 것처럼 일시적인 증상 개선 효과를 '발현'시켰다. 이는 환자들을 희망 고문하며 끝없이 비싼 치료에 매달리게 만드는 잔혹한 사기였다.

어떤 암 환자는 바이오 헬스의 '꿈의 치료법'을 맹신하다가 치료비를 마련하느라 가산을 탕진하고 결국 병이 악화되어 숨을 거두었다. 가족들은 오열했지만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었다. 기업은 환자의 사망 원인을 '병세 악화'로 돌렸고, 모든 증거는 깔끔하게 조작되었다. 이 기업은 유명 의과대학 교수들, 그리고 식약처 고위 관계자들과 긴밀하게 엮여 있었다. 진실을 파헤치려는 기자들은 협박당했고, 폭로하려던 내부 직원은 해고되거나 실종되었다. 사람의 생명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악. 가장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형태의 죄악이었다.

악인들은 이제 사회 전반에 걸쳐 자신의 영향력을 확대했다. 정치, 경제, 언론, 사법, 그리고 이제는 국민의 삶과 건강마저 좌지우지하는 위치까지 올랐다. 그들은 철옹성을 쌓고 자신들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쾌락을 만끽했다.

정의 재단의 대표, 박영규는 부정 입학 스캔들이 잠잠해지자 오히려 대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총선 출마를 선언했다. 자신이 '청렴하고 개혁적인 인물'이라는 여론을 조작하는 데 성공했다. 이능력을 이용한 '진실 은폐'가 그를 대중의 영웅으로 만들었다. 그의 얼굴에는 가면 같은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생명 과학 연구원의 강혁준 원장은 정부로부터 막대한 연구비를 추가 지원받았다. 그의 잔혹한 인체 실험은 여전히 비밀리에 진행 중이었고, 그 속에서 수많은 아이들이 희생되고 있었다. 그는 자신이 '인류의 진보를 이끄는 선구자'라고 믿었다. 도덕과 윤리 따위는 발전에 방해되는 낡은 유물일 뿐이라고.

네뷸라의 김건은 자신이 빼앗은 돈으로 강남에 초대형 카지노 리조트 건설을 추진했다. 지자체의 묵인 아래 인허가 절차가 초고속으로 진행되었다. 그의 입에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미사여구가 난무했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사람들의 피와 눈물로 번득였다.

다크 엔젤스의 익명성은 그들을 더욱 대담하게 만들었다. 이제는 단순한 악성 댓글을 넘어, 표적 삼은 이들의 신상 정보를 불법적으로 수집해 기업이나 다른 악의 조직에 팔아넘겼다. 돈벌이 수단이 된 인신 공격과 사생활 침해. 익명의 뒤에 숨은 자들의 악행은 끝없이 확장되고 있었다.

골든 게이트 로펌의 정우성 변호사는 그들의 '종합 법률 컨설팅'을 제공했다. 어떤 범죄도 법망을 피하게 해주는 그의 능력은 악인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그는 이제 자신이 법 자체인 양 군림했다. 법정에 들어서는 그의 모습은 승리를 확신하는 오만함으로 가득했다. 피해자들의 절규는 그에게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이능력자 관리국의 부국장 김철수는 자신의 권력을 남용해 심판자를 향한 추격을 더욱 강화했다. 그는 심판자를 '가장 위험한 무법자'로 규정하고 잡기 위한 모든 자원을 쏟아부었다. 동시에 그는 악인들에게서 얻은 정보를 이용해 자신의 자산을 불려나갔다. 심판자의 등장 자체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끊임없이 언론을 조작하며 시민들을 선동했다. 심판자에 대한 공포심을 조장하고, 자신들이 얼마나 사회를 위해 노력하는지를 과시했다.

악은 이제 개별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서로 꼬리를 물고 이어져 거대한 먹이사슬을 형성했다. 강력한 이능력을 가진 자들, 막대한 자본, 시스템의 허점을 아는 법조인, 여론을 쥐락펴락하는 언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비호하는 정치인과 공무원. 이 거대한 악의 카르텔은 그 누구도 깨뜨릴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은 이 악의 사슬 속에서 희망을 잃어갔다. 선량한 이들이 좌절하고, 분노는 체념으로 변해갔다. "어차피 안 돼." 이 말이 가장 강력한 주문이 되어 사람들의 영혼을 잠식했다. 침묵은 지배당한 이들의 표징이 되었다. 눈을 감고, 귀를 닫고. 자신만이라도 살아남기 위해 모든 불의를 외면했다. 이 사회는 더 이상 '정의'를 외칠 용기도, '선'을 추구할 의지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모든 어둠 속에서도. 악인들의 오만한 웃음소리가 난무하는 순간에도. 한 줄기 섬멸의 그림자가 조용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는 누구의 명령도 받지 않았다. 어떤 타협도 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자신의 목적을 수행할 뿐이었다. 모든 악을 멸하는 것. 완벽하게, 가차 없이.

심판자의 눈에는 이 모든 악의 연결고리가 선명하게 보였다. 희망을 착취당한 사람들의 절규, 생명을 유린당한 아이들의 비명, 삶의 터전을 빼앗긴 노인들의 한숨, 거짓에 속아 진실을 잃은 시민들의 눈물. 이 모든 고통이 그에게는 명확한 '악'의 증거였다. 그리고 그 악의 증거는. 곧 심판의 이유가 되었다.

그는 서울의 어둠 속에서 가장 어둡고. 가장 깊은 악의 심장부를 응시했다. 자신들의 죄에 아무런 자각 없이 쾌락에 빠져있는 악인들. 그들에게 남은 시간은. 아주 짧았다. 심판자의 발걸음은 이제 그들을 향해. 더욱 빠르고. 더욱 거침없이. 내딛어지고 있었다.

밤은 깊어지고. 악몽은. 곧 현실이 될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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